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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람이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때, 저는 대답을 미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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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8-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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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온 건 헤어지고 넉 달쯤 지났을 때였어요. "잘 지내?"로 시작해서 며칠 오가다가, 어느 밤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이 왔어요. 그 말을 읽는데 제일 먼저 든 게 반가움이 아니라 당황이었어요. 기다렸던 말인데 막상 오니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날은 결국 답을 못 보내고 잤어요.

창가에 마주 놓인 빈 의자 두 개와 들어오는 아침 햇빛

기다렸던 말인데 왜 바로 기쁘지 않았을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었어요. 헤어진 뒤 넉 달 동안 저는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바란 게 아니라, 그 상황이 없던 일이 되기를 바랐던 거예요.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달라요. 앞의 것은 사람에 대한 마음이고, 뒤의 것은 그냥 아팠던 시간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거든요.

그리고 재회 제안은 늘 좋은 타이밍에 오지 않아요. 상대는 이미 몇 주 고민하고 결심해서 말을 꺼낸 상태인데, 받는 사람은 아무 준비 없이 그 결심을 통보받는 셈이에요. 그러니까 바로 대답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저는 이 점을 알고 나서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즉답을 못 하는 게 애정이 식은 증거는 아니더라고요.

그리운 게 그 사람인지, 그때의 나인지

제가 스스로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이거였어요.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 사람 옆에 있을 때의 내가 보고 싶은 걸까.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있었어요. 떠오르는 장면을 적어 봤어요. 그런데 적고 보니 대부분 제가 웃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잘 안 떠올랐고요. 그 말은 제가 그리워한 게 관계가 아니라 그 시기의 제 기분이었다는 뜻이에요. 밤에 유독 연락하고 싶어지는 것도 비슷한 원리인데, 그 얘기는 헤어지고 나서 연락하고 싶어지는 건 왜 꼭 밤일까에 따로 적어 뒀어요.

물론 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적다 보니 상대의 목소리나 습관, 사소하게 배려받던 순간이 계속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그건 사람이 남아 있다는 신호예요. 저는 이 둘을 구분하고 나서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어요.

테이블 위에 놓인 머그 두 개와 한쪽 잔만 감싸 쥔 손

헤어진 이유가 실제로 바뀌었는지 봐야 해요

여기가 제일 중요한 대목이었어요. 재회 얘기가 나오면 대개 "이번엔 잘할게" 같은 말이 같이 와요. 그런데 마음은 진심이어도 조건이 그대로면 같은 일이 반복돼요.

그래서 저는 헤어진 이유를 세 줄로 적고, 각 줄 옆에 '지금 달라졌나'를 적어 봤어요. 예를 들어 근무 시간 때문에 계속 어긋났다면 그 근무 시간이 바뀌었는지, 서로 말투 때문에 자주 다쳤다면 그 사이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마음만 달라졌다면, 그건 재회가 아니라 재시도예요. 재시도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알고 시작해야 두 번째 이별 때 덜 무너져요.

반대로 정말 바뀐 게 있으면 그건 말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돼요. 시간표가 바뀌었다든가, 같이 싸우던 문제를 상대가 혼자서 이미 정리해 뒀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싸움 뒤에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는 연인과 싸운 뒤 화해하는 순서에서 다룬 것과 결이 같아요.

저는 대답 대신 시간을 제안했어요

결국 제가 보낸 답은 '좋아'도 '싫어'도 아니었어요. 2주만 생각하고 답하겠다고 말했어요. 이게 미루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상대도 그동안 자기 생각을 정리하더라고요.

기간을 정할 때 제가 지킨 건 두 가지예요. 첫째, 기한을 숫자로 말할 것. "생각해 볼게"만 하면 서로 기다림이 끝나지 않아요. 답 없는 기다림이 사람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는 잠수 이별, 연락은 몇 번까지 해야 할까를 쓰면서도 느꼈어요. 둘째, 그 기간에는 만나지 않을 것. 만나면 판단이 아니라 분위기로 결정하게 되거든요. 저는 그 2주 동안 카페에서 혼자 두 번 정리했어요.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 시작 전에 정해 둘 것

저는 결국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대신 시작하는 날 두 가지를 말로 정했어요. 하나는 헤어졌던 기간을 서로 캐묻지 않기. 그 시기에 뭘 했는지 확인하기 시작하면 관계가 조사로 바뀌더라고요. 다른 하나는 같은 문제가 또 오면 참지 말고 그 주에 말하기였어요. 예전엔 그걸 미루다 한꺼번에 터뜨렸거든요.

안 만나기로 했다면 그것도 분명히 전하는 게 서로에게 나아요. 애매하게 두면 상대는 계속 문을 열어 두게 되고, 저도 매번 흔들려요. 첫 이별에서 제가 제일 서툴렀던 게 바로 이 마무리였어요. 그때 몰랐던 것들은 제 첫 이별은 스물셋이었어요에 적어 뒀어요.

해질 무렵 강변 산책로와 길게 이어진 나무 그늘

정리하면

재회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였어요. 그리운 게 사람인지 그때의 나인지 먼저 나누고, 헤어진 이유가 실제로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기한을 정해 답하는 순서요. 이 순서를 밟으면 어느 쪽을 고르든 나중에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자면, 2주 안에 답이 안 나와도 괜찮아요. 답이 안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보거든요. 저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았어요. 지금 같은 연락을 받고 밤마다 뒤척이는 분이 있다면, 오늘 답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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